스톱모션 더 하우스(The House).. 다소 기괴하지만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더 하우스를 본 어떤 예술작품의 완성이 쉬운지는, 나는 정말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을 보고 있으면 눈물이 앞을 가린다(?) 저 찰나의 장면을 위해 인형을 조금씩 바꿔가며 완성시킨 애니메이션의 노년고생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런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을 오랜만에 봤다.

영화를 본 뒤 검색해 보니 독립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업계의 대표 주자로 알려진 이머더스 버프, 마르크 제임스 루스, 니키 린드로트 폰 발, 팔로마 바자 감독이 연출을 맡고 넥서스 스튜디오가 제작한 것이다.

국적은 미국. 영화 내용으로 볼 때 은근히 비주류적인 느낌이 들기에는 독립영화 감성이지만 그렇다고 퀄리티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인지 잊을 만큼 움직임이 유려하다.

다 본 후의 여운 장난 아니다의외로 해괴한 면도 있지만(이것이 오히려 취향에 맞는 것도), 깊고 아름답다.

영화가 끝난 뒤 엔딩 레딧의 음악을 들으며 잠시 생각에 잠겨 감정을 수습했다.

이 영화의 한가운데는 집이 있다.

세 이야기가 옴니버스 형식으로 구성되는데, 시대도 다르고 주인공도 다르고 이야기의 따뜻함도 다르다.

이 세 편을 관통하는 것은 ‘집’. 뿐만 아니라 같은 집이다.

(나는 이것을 영화를 다 본 후에 알았다) 첫 번째 이야기는 사람들(물론 인형인), 두 번째는 쥐가, 세 번째는 고양이가 주인공이다.

그래서 보고 있으면 전혀 다른 이야기로 느껴지지만, 전부 보면 묘하게 일렬로 되어 있구나라고 생각한다.

다들 제각각인 것 같은데 같은 정서를 공유하고 있는 느낌

이 영화, 기본적으로 밝지 않아.더구나 앞의 두 편은 비극이다.

그나마 1편은 약간의 희망 섞인 비극이라면 2편은 암울 그 자체다.

그래서 이 영화의 전체적인 정서가 그런 것 같지만, 3편은 의외로 달콤한 희망을 품고 있다.

그것을 보고 있으면 마음 속에 따뜻한 바람이 분다.

이는 장면 자체의 아름다움도 한몫 할 것이다.

나는 2, 3편을 1편보다 훨씬 좋았는데 그중에서도 굳이 우열을 가리자면 3편이 가장 좋았다.

1편의 완성도도 높지만 2, 3편의 퀄리티가 너무 우수해 뒤처지는 경우. 1편은 메시지가 너무 직설적이라고 할까. 정답이 주어지는 느낌이라 그 작품을 접할 때 행간을 읽을 여지가 별로 없었던 게 작은 불만이라면 불만이다.

(스포)

  • 제1탄은 이 집이 막 지어졌을 무렵의 이야기다.

예전에는 부유했던 것 같은데 지금은 가난한 가족 집에 찾아온 친척들은 노골적으로 이들을 멸시한다.

홧김에 새 집을 택한 가족 문제는 house를 선택하면서 home을 잃게 됐다는 것. 그래도 어린 자매 둘은 이 상황을 못마땅하게 여기지만 house의 허상에 사로잡힌 부모는 결국 자아를 잃는다.

집과 그들이 동일시되어 버린 비극 부모는 최후의 의지를 관철해 자매를 탈출시킨다.

그나마 약간의 희망적인 엔딩. 하지만 부모 없이 살아가는 어린 자매의 미래는 결코 밝지 않다.

영화는 끊임없이 부모와 자식 사이를 단절시키는 집을 보여준다.

1, 2층 사이의 계단을 없애라는 식이다.

그러나 이미 탐욕에 사로잡힌 부모들은 이를 모르고 해결할 의지도 없다.

다만 이번 작품의 결점이라면 위에도 쓴 것처럼 메시지가 너무 직설적이라는 것.이번 작품이 드러내려는 것이 무엇인지 술술 그어 먹이는 느낌이다.

*그동안 상당한 세월이 흐른 듯 집 주변은 깨끗한 도시로 변하고 있다.

두 편의 주인공은 ‘쥐’ 먼저 경악. 하필이면 수많은 동물 중 징그럽게 얼룩의 대명사인 주럼(물론 미키마우스 등 의외로 쥐 캐릭터가 사랑받고는 있지만) 주인공 쥐는 ‘집’을 제값으로 잘 팔아야 한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오픈 하우스의 날. 하지만 쥐는 신경쇠약 직전이다.

손님으로 들어온 두 사람이 집을 장악해 버린다.

뻔뻔하기 짝이 없다.

이건 복선을 깔아 준 거야. 초반부터 무수히 등장하던 벌레들 죽여도 번식 속도가 빠르다.

집을 얻어버린 둘은 예전에 살던 벌레들의 다른 이름에 불과하다.

심지어 가족이라는 이름의 자기 종족을 집단으로 불러들이기도 한다.

결국 이번에는 외부로부터의 공격에 무력화되어 가는 내부 인간의 공포를 보여주자는 생각이 들었다.

침입자의 쥐나 기존의 벌레는 그 집에 사는 것이 보통이다.

원래 그곳은 그들의 공간이었기 때문이다.

쥐는 자신이 집의 주인인 줄 알지만 먼저 이곳을 점령한 사람들에게 이곳의 주인은 자신들이다(이런 류의 대사가 중간에 잠깐 나오기도 한다).결국 쥐는 가장 쥐다운 모습이 된다.

아 어둡다.

재미있는 것은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 몰려온 침입자의 가족에게서 나온다는 점이다.

그들은 집에 가서 박수로 퇴원하는 쥐를 맞이하는 결코 아름답다고는 할 수 없는 장면이지만 뭔가 장면의 리듬감이 아주 좋았다.

  • 3편은 어떻게 보면 코미디에 호러 느낌이 나는 여러 장르가 섞여 있는 기묘한 애니메이션이다.

    그러나 장면과 음악은 아름답고 매혹적.
  • 2편부터 다시 시간이 훌쩍 흘러 이 집은 지금 바닥이 물에 잠겼다.

    홍수가 났다고 표현했지만 가까운 미래 온난화로 지구가 물에 점령당한 상태인 것 같다.

    주인공 고양이는 초반에는 일방적인 피해자로 보였다.

    세입자는 대여비도 내지 않고 생으로 때우려고 티베트에서 찾아왔다는 구도자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지만 실은 허세 덩어리일 뿐이다.

    이러니 집주인의 고양이가 머리가 돌겠어.세입자부터 세입자 방문객까지 뻔뻔스러운 말을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뜻밖에도 이들은 주인공 공양이의 따뜻한 삶의 도우미가 된다.

그래서 더할 나위 없이 떠나는 마지막 모습은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답고 가슴 뭉클하다.

장면도 예쁘고티베트 방문 자랑, 식사 대접에 모든 걸 갚으려는 세입자… 이 둘의 궁합이 얼마나 좋은지 세상이 춤추면 정말 어이가 없다.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이지만 그 연결이 얼마나 자연스러운지 가끔 이를 잊을 만큼 유려하다.

특히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쳐도 될 것 같은 작은 움직임 하나에도 정신을 가다듬고 좋은 표현을 위해 애쓰니 기뻐하지 않을 수 없다.

벌레들의 군무장면은 이 영화의 ‘B급 감성’이 가장 잘 살아 있는 시퀀스 이것은 무엇일까…. 뜨끈뜨끈하면서도 유쾌하군. 영화 속에서 꼭 필요한 장면은 아니었던 것 같지만, 고질이 살아 있어 내가 좋아했던 장면이다.

춤이 은근히 고퀄리티